LIFE IS FRUITY, 인생후르츠


다양한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이 카테고리를 만들긴 했지만, 어떤 글로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무겁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상업적이지도 않은 주제를 선택하고 싶었는데.

계속 생각하다가는 한 가지도 못 쓸 것 같아 최근에 보았던 영화 한 편으로 시작할까 해요. :)


LIFE IS FRUITY, 인생후르츠!

인생후르츠"라고 제목을 번역한 것 부터가 흥미로웠어요.

인생은 달콤한 것. 인생은 맛있는 것. 무르 익어가는 인생. 

이런 말들보다 귀엽기도 하고. 즐거운 어감이 영화 속 노부부와도 닮은 느낌이었거든요.


슈이치 할아버지와 히데코 할머니. 합쳐서 177세.

건축가였던 슈이치 할아버지는 뉴타운의 설계 의뢰를 받지만. 

이상적인 집의 모습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부부만의 슬로우 라이프를 찾기로 해요.


작은 숲이 있고. 바람이 지나다니고. 계절을 알 수 있는 제철 과일 나무가 있고. 

새들을 위한 옹달샘도 있고. 고마운 사람에게 손편지를 쓰기도 하는. 

소박하지만 소신있는 그런 삶이요.

물론 그 옆에는 그 모든 것을 함께 이뤄준 든든한 히데코 할머니가 있었죠. :)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리틀 포레스트의 실버 버전일까 싶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장르가 다큐멘터리인 것 처럼,

누군가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원했던 삶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일들.

그래서 오히려 장면 전환이나 구성이 조금은 덜 매끄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이 장면도 사랑스러웠어요, 할아버지의 사진기 앵글이 할머니의 모습으로 가득찼을 것만 같았거든요.)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이 영화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키키 키린의 나레이션 처럼,

천천히 이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매일 만날 순 없지만 가장 눈부시게 익은 제철 과일과 같은. 달콤한 각자의 순간들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두 분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느낌만으로도, 

어떤 기억과 어떤 시간들로 채워진 삶을 사셨는지 잘 보여서 너무 좋았던 이 영화.


자연의 힘과 손으로 하는 노동과 그것으로 얻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 해내는 그 순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는 두 분.

이 분들이 나의 이웃이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사계절은, 올해보다 더 제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요. :)